검색결과97건
메이저리그

부천중 개구쟁이 김하성은 그렇게 '프로'가 됐다 [창간 54]

2023년은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3년 차인 올해 공·수·주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내며 샌디에이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아시아 내야수는 MLB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트리며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한다.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김하성의 '특별한'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김하성을 지도한 은사들은 하나같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고 그를 기억했다."요즘 시대 태어났으면 김하성은 없죠"박건수 대원중 감독은 김하성의 가능성을 빨리 알아챈 지도자다. 안산 관산초등학교 감독 시절 부천북초등학교 야구부 소속의 김하성을 처음 만났다. 박 감독은 "성격이 워낙 개구쟁이인데 그 성격만 고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부천중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가게 되면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김하성을 데려갔다"고 돌아봤다.박건수 감독은 김하성의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운동보다 인성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감독은 "그 시절에는 체벌이 가능해 하성이가 야단도 많이 맞았다.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면 김하성이라는 선수는 없었을 거"라면서 "워낙 산만해서 정신 교육을 많이 했다. 어머니께서 (학교에) 오셔서 우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방지축 김하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그가 가진 재능 때문이었다. 박건수 감독은 "약간 자극하는 얘길 하면 기분 나빠서 안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하성이는 그 반대였다"며 "티 배팅을 할 때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나니까 '내 생각을 하고 후려쳐라'라고 했는데 그러면 열 받아서 막 치더라. 재능도 좋지만,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고 전했다.김하성이 부천중학교 3학년 때 박건수 감독은 일산 현산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김하성은 아버지와 함께 박 감독이 있는 일산까지 넘어와 개인지도를 받았다. 박건수 감독은 "어느 날 하성이 아버지께서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하성이가 진학하게 됐다고 하더라"며 "집안 사정이 풍족하지 않았는데 그 얘길 듣고 김성용 감독에게 부탁해 야탑고를 소개해 줬다. 처음에는 체구가 작으니까 썩 좋아하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감독 생활하면서 만나기 쉽지 않은 선수"김성용 SSG 랜더스 단장은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넘게 야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역임했다. 김하성은 그가 키운 애제자 중 하나다.김성용 단장은 "아무래도 관내(성남시) 선수가 아니어서 하성이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박건수 감독의 추천을 받아) 테스트 해보니까 수준이 굉장히 높더라"며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테스트한) 그 자리에서 바로 오케이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뛸 정도였으니 또래 선수들과 비교하면 움직임이나 운동 능력이 남달랐다"고 말했다.김하성은 야탑고 시절 멀티 플레이어였다. 1년 후배 박효준(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유격수로 자리 잡으면서 2루와 3루를 오가며 경기를 뛰었다. 혹자는 "김하성이 박효준에게 밀렸다"고 얘기한다. 김성용 단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 단장은 "박효준이 들어왔는데 그 선수는 유격수에 적합했다. 반면 하성이는 여러 포지션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1학년 때 3루를 맡길 정도로) 송구 능력이나 강도가 좋았다"고 말했다. 특정 포지션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함은 MLB 성공 비결 중 하나다. 김하성과 박효준의 키스톤 플레이는 명불허전이었다. 김성용 단장은 "당시 MLB 스카우트들이 하성이와 효준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감독 생활하면서 만나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었다"며 "특히 하성이는 목표 의식이 확실했다. 안타를 못 치면 들어와서 티 배팅을 한 박스 이상 칠 정도로 근성이 특별했다"고 말했다.김성용 단장은 취재진에게 '김하성은 슈퍼스타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운동 능력과 재능, 노력, 인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포인트가 다 맞아떨어져야 슈퍼스타가 되는 거라고 본다"며 "하성이는 흡수력이 좋았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걸 흡수하는 건 선수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성이는 창의적으로 잘했다. 여러 포지션을 맡으면서 포핸드나 백핸드 캐치를 능수능란하게 했다. 러닝 스로나 점핑 스로 같은 여러 플레이도 자유자재로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게 지금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고 흡족해했다. "김하성의 평가는 A급이었다"김하성은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문을 두드렸다. 그해 드래프트는 유독 대어급 내야수가 많았다. 동국대 강민국(당시 NC 다이노스·1차 지명) 원광대 강한울(당시 KIA 타이거즈·2차 1라운드 전체 5번)을 비롯한 대졸 내야수의 상위 지명이 두드러졌다. 김하성은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다.주성노 당시 넥센 스카우트 팀장은 "김하성의 평가는 A였다. 좋은 선수였는데 주 포지션인 2루수로 서건창(현 LG 트윈스)이 있어 부족한 포지션을 먼저 뽑을 계획이었다"며 "김하성의 이름은 3라운드 전에 무조건 불린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다. (혹시 앞서 호명될까 봐) 종이에 적힌 이름을 볼펜으로 계속 찍고 있었다"고 회상했다.고형욱 현 키움 단장의 기억은 더 자세하다. 고 단장은 당시 넥센 스카우트 차장이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넥센은 취약 포지션인 3루 보강에 집중했다. 2차 1라운드 투수 하영민에 이어 2라운드에서 덕수고 내야수 임동휘(현 임지열)를 지명한 이유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당시 넥센은 임동휘를 지명하기 전 타임을 외쳤다. 잠시 숙고의 시간을 거친 뒤 지명을 이어갔는데 고형욱 단장은 "하성이를 잡고 지열이를 기다릴지 지열이를 먼저 잡고 하성이를 기다릴 건지 확률을 따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3루수)을 빨리 지명하고 하성이를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순간적인 판단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말했다.주성노 전 팀장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할 때는 하성이가 2라운드 전에는 무조건 뽑혀 나갈 줄 알았다. 예상대로 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찍었다"며 웃었다. 고형욱 단장은 "하성이 어머니께 '하성이는 어렸을 때 어땠어요'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는데 그 대답이 아직 기억난다. 애가 기어다니는데 잠깐 옆에 있다가 어느 순간 없어져서 저쪽에 가 있고 다시 보면 갑자기 옆에 와 있을 정도로 빨랐다고 하더라. 어렸을 때부터 운동 신경은 타고난 거 같다"며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잘 성장했다. 바탕이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9.27 07:02
프로야구

[IS 스타] 10개 구단 응원 속에 전력질주, 강백호는 “행복합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KT 위즈 강백호가 자신을 향한 팬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백호는 지난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2타점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의 5-2 귀중한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강백호는 1-2로 끌려가던 2회 말 2사 2, 3루 상황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역전을 이끌었다. 강백호가 가져온 리드는 경기 끝까지 지켜졌고, 강백호의 적시타는 결승타가 돼 팀에 2연승을 안겼다. 안타도 안타였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전력질주였다. 평범한 땅볼에도 1루까지 헬멧을 잡고 끝까지 뛰었고, 타이밍이 한참 늦은 타구에도 전력질주를 이어갔다. 8회 빗맞은 타구에 1루 앞 땅볼이 되는 순간에도 강백호는 끝까지 뛰었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 이날 안타로 강백호는 6월 3경기 타율 0.625(8타수 5안타) 6타점 3볼넷이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완벽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5월 타율 0.247에 안이한 수비로 구설수에 오르며 힘든 시기를 보낸 강백호는 6월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팀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경기 후 만난 강백호는 “타격감이 다소 떨어져 있을 때 (박)경수, (박)병호, (장)성우 선배님을 비롯해 감독님과 김강 타격코치님, 유한준 코치님이 믿고 잘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셨다. 덕분에 지금의 컨디션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타격 훈련에서부터 심리적인 부분들을 잡아가니 클러치 상황이 왔을 때 집중력도 더 높아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강백호는 “요새 정말 많은 팬분들께서 응원해주시고 계시는데 덕분에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KT 위즈파크에도 연이틀 강백호를 위한 커피차가 등장해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후원자들도 다르다. 전날(3일)엔 ‘2030 여성팬 연합’에서, 이날은 10개 구단 팬들이 커뮤니티로 모금을 진행해 커피차를 마련했다. 5월 29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세 번째 커피차였다. 강백호는 “타석에서도 응원 소리가 크게 다 들리는데, 그분들께서 KT 위즈와 나의 팬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면서 “정말 감사드리는 만큼, 조금이나마 나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려고 한다. 행복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라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06.05 05:50
프로야구

'수원행 선배' 박병호 "상수도 나처럼…"

이적을 발판 삼아 재도약한 박병호(37·KT 위즈)가 자신과 같은 길을 선택한 김상수(33)를 향해 덕담을 남겼다. KT는 지난해 11월 24일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김상수와 기간 4년, 총액 29억원에 계약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군 복무로 이탈하며 내야진 전력이 떨어질 위기에 놓였지만, 외부 영입으로 공백을 메웠다. KT는 그동안 베테랑 '이적생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1군 진입 첫 시즌(2015)을 앞두고 영입한 박경수는 잠재력을 드러내며 팀 리더가 됐고, 두 번째 시즌(2016) 합류한 유한준은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1년 12월 가세한 박병호는 이전 2년(2020~2021) 동안 부진했지만, KT 유니폼을 입고 뛴 2022시즌 홈런왕(35개)에 올랐다. 김상수는 지난해 부상에 시달리며 72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타율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2020시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KT는 개인 통산 1552경기에 출전하며 쌓은 김상수의 경험을 믿었다. 박병호는 "감독·코치님들이 시즌 내내 변치 않는 믿음을 보내준 덕분에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베테랑을 배려하는 KT의 분위기를 치켜세운 것이다. 김상수는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14시즌(2009~2022) 동안 뛰었다. 삼성 왕조 시절(2011~2015)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전성기를 보냈지만, 결국 이적을 선택한 박병호와 공통점이 있다. 박병호는 "이강철 감독님이 (내야) 수비력 안정을 위해 (김)상수를 영입한 것 같다. KT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팀이다. 내가 이 팀에서 겪은 좋은 경험들을 상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어 "꼭 내가 이전 2년보다 성적이 나아져서 하는 말은 아니다. 상수도 우리 팀(KT)에 녹아들면 개인 성적도 자연스럽게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하는 지도자다. 팀 운영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반영하기도 했다. 경기력이 떨어져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베테랑들은 존중받은 만큼 책임감을 가졌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박병호도 그런 팀 분위기 속에 재기할 수 있었다. 김상수도 정들었던 대구(삼성 연고지)를 떠나 수원에서 새 출발 한다. 그는 KT와 계약한 뒤 "감독·코치님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감성적인 편이어서 그런지 정말 힘이 났다.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에 와서 정말 기쁘다"고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삼성에서 뛰던 시절 주장을 맡기도 했던 김상수는 자신도 박병호처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그는 "당장은 이적생이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모두 선·후배 사이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먼저 다가가고, 더 많이 움직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3.01.16 10:00
야구

'총체적 난국' KT, 응답하라 베테랑 투·박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지난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승률 0.231(3승 10패)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투수들이 잘 버틴 개막 1주 차엔 타자들이 부진했고,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뒤엔 선발진이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극심한 투·타 부조화에 "마치 팀 타격이 크게 가라앉았던 지난해 10월 흐름과 지금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했다. KT는 지난해 70승에 선착한 10월 7일 이후 급격히 공격력이 떨어졌다.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5연패를 당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 '우승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연패 기간 KT 타선의 평균 득점은 1.00점에 불과했다. 당시 막힌 혈을 뚫어낸 선수는 '맏형' 유한준이었다. 그는 10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치고 2루를 향하며 한 차례, 후속 타자 장성우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며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트레이너가 전력 질주를 금지할 만큼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유한준은 투혼을 보여줬다. KT는 이 경기 승리(스코어 6-0)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삼성과의 타이 브레이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퍼포먼스라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있다. 에이스의 호투, 4번 타자의 홈런은 팀 분위기를 바꾼다. KT엔 부상을 안고도 허슬 플레이를 보여준 41살 노장이 있었다. 강백호, 고영표 등 젊은 투·타 주축들은 "유한준 선배님이 몸소 강한 메시지를 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 종료 뒤 은퇴했다. 현재 KT 선수단 기둥은 다시 주장을 맡은 박경수(38)와 이적생 거포 박병호(36)다. 팀 위기에서 두 베테랑이 제 몫 이상 해줘야 한다. 좋은 성적뿐 아니라 투지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병호는 올 시즌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헛스윙을 연발하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한 뒤 4구 안에 삼진으로 물러난 타석만 10번이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 평균(3.86개)보다 훨씬 적은 3.60개였다. 박병호의 선구안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그러나 허무하게 물러나는 승부는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큰 스윙이 아닌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를 해야 한다. 투지가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박병호는 끈질기고 집요한 승부로 투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신들린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주며 KS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그는 지난 3일 삼성전 9회 초 수비에서 결정적인 포구 실책을 범하며 역전패 빌미를 줬다. 박경수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마저 줄었다. 현재 박경수가 보여줄 수 있는 투지는 지난해 KS처럼 안정감 있는 수비로 투수를 지원하는 것이다. 맏형의 허슬 플레이는 KT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 수 있다. 박병호는 19일 LG 트윈스전에서 8경기 만에 타점을 올렸다. 박경수는 6회 말 만루 위기에서 고영표의 무실점 투구를 돕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KT는 두 베테랑의 활약 속에 리그 2위였던 LG를 5-0으로 잡고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20 06:59
야구

약해진 롯데? 롯데 주장 전준우의 도전

2022년 롯데 자이언츠 주장 전준우(36)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개인과 팀, 그리고 선배 이대호(40)를 위한 도전 과제가 수두룩하다. 롯데의 2022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이 4년 총액 64억원에 '경남 라이벌' NC 다이노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외야수로 함께 나선 민병헌은 은퇴했다. 국내 선발진은 불안정하고, 포수 전력은 여전히 약한 편이다. 외국인 선수는 3명 모두 바뀌어 물음표투성이다. 지난해 8위였던 롯데가 올해 우승권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체질 개선을 통해 팀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대호는 "3~4위 팀도 보강을 하는데, 우리 팀은 보강도 없었다. 주축 선수 손아섭이 빠져나갔다"고 아쉬워했다. 롯데 주장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기대보다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 코치진과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필수조건이다. 인기 구단 롯데의 주장은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더 무겁다. 전준우는 조성환(2009~10)과 이대호(2017~18)에 이어 2000년대 이후 2년 연속 주장을 맡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3년 만에 최다안타 1위 자격으로 참석한 지난해 KBO 시상식에서 전준우는 "상을 받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2021시즌 우리 팀이 끝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 2022년에는 다시 이 자리에 오고 팀도 포스트시즌, 그리고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달 초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도 그는 "팀이 꼭 5강 안에 들어서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높은 곳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아섭이 이탈한 부분에 대해선 "젊은 선수들이 손아섭이 떠난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준우는 말수는 많지 않다. 대신 뒤에서 묵묵히 주장 역할을 수행한다. 비시즌 한동희와 장두성에게 합동 훈련을 제안해 노하우를 전수했다. 후배들이 주장을 믿고 따르도록 하려면, 리더십뿐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활약도 중요하다. 전준우는 올 시즌 타격과 수비 모두 업그레이드에 도전한다. 전준우는 지난해 최다안타 1위(192개) 타율 2위(0.348)를 기록했다. 하지만 장타력은 감소했다. 2루타 리그 1위(46개)에 올랐으나, 홈런은 2020년 26개에서 지난해 7개로 급감했다. 전준우는 "선수는 만족하면 안 된다. 지난해에 안타 8개를 더 쳤으면 200안타였다. 올 시즌엔 지난해보다 홈런을 더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33홈런까지 때린 바 있다. 수비는 도전의 연속이다. 올겨울 사직구장은 외야를 확장하고 4.8m였던 담장을 1.2m 더 높여 6m로 만들었다. 외야 수비가 더 중요해진 가운데 외야수 전준우의 수비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는 "더 열심히 뛰어다닐 생각"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또한 "우리 팀에 뜬공 투수가 많아 (와야 확장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루수 겸업도 준비하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전준우는 외야수"라면서도 "전준우가 1루 수비를 본다면 더 강해진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요즘 전준우는 1루 미트를 끼고 내야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외야와 1루 모두 잘 소화하면 선수 가치가 높아진다. 마음 편하게 임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전준우에게 2022시즌은 대선배를 떠올리면 특별하다. '거인의 심장'으로 통하는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1년 전 롯데와 FA 2년 계약을 맺고선 "롯데에서 팀 동료들과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마음을 계약서의 '우승 옵션'으로 표현했다. 현재 롯데에서 이대호와 가장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선수가 바로 전준우다. 이대호는 올 시즌 팀 전력 약화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지난해 (KT 위즈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은퇴한) 유한준 형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 했다. 전준우는 "대호 형이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어 한다. 대호 형이 잘해서 멋있게 은퇴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거인 군단의 구성원과 팬들은 주장 전준우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2.02.23 09:55
야구

배정대의 남다른 목표 설정, '롤모델' 유한준 영향

선수들은 보통 이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새 목표를 정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저조했던 기록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대개는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본다. KT 위즈 주전 중견수 배정대(27)는 조금 다르다. 성적이 떨어진 쪽은 타격이다. 2020시즌 타율 0.289를 기록했지만, 2021시즌은 0.259였다. 장타율도 0.420에서 0.378로 낮아졌다. 하지만 배정대는 2022년 목표에 대해 "타격보다 (외야) 수비를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수비 기록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20시즌 0.987였던 수비율은 2021시즌 0.991로 올랐고, 실책도 5개에서 3개로 줄었다. 13개였던 어시스트(보살·타자주자 또는 주자가 풋아웃을 당하는 데 기여한 야수에게 주어지는 기록)는 7개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한 어깨를 보여줬다. 배정대는 "많은 선수가 매년 타격 기록에서 커리어하이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기량이 정체되는 시기를 겪는 것도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반드시 잘해야 하는 부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야구를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9시즌까지 백업 선수였던 배정대는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좋아진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개막 후에도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이유는 분명 공격력 향상이다. 하지만 배정대는 수비력을 더 강조한다. 안정감 있게 KT의 가운데 외야를 지키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 수비력만큼은 리그에서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배정대가 타격 성적을 좇지 않게 된 배경이 있다. 지난해 은퇴한 '롤모델' 유한준을 수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어떤 자세로 야구를 해야 할지 정립했기 때문이다. 배정대는 "(유)한준 선배님은 결과나 성취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목표한 야구를 걸어가셨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준은 화려하진 않지만, 헌신적인 자세로 팀을 이끈 선수다. 배정대는 그런 선배를 보며 누구나 자신만의 야구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비 강화를 첫째 목표로 내세웠다. 배정대는 "지난해 펜스 앞 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다. 보살도 100이닝에 1개꼴 정도 해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타격도 소홀할 생각은 없다. 매년 전 경기 출장, 3할 타율 진입에 도전한다. 배정대는 "작년 타격 기록은 분명히 안 좋았다.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며 가볍게 보지 않는다.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희수 기자 2022.01.21 06:59
야구

'새 출발' 유한준 "박병호, 너무 부담 갖지 않길"

KT 위즈 프런트로 새 출발에 나선 유한준(41)이 '후임' 박병호(36)를 향해 애정 어린 응원을 전했다. 유한준은 지난해 KT의 통합 우승을 이끈 후 은퇴를 결정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KT의 2022년 화두는 선수단의 리더이자 주전 지명타자였던 유한준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유계약선수(FA) '거포' 박병호를 3년 총액 30억원에 영입했다. KT는 박병호의 전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에 내줘야 하는 보상금(22억5000만원)을 포함, 총 52억 5000만원을 투자한 것이다. 박병호는 계약 후 "유한준 선배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KT에는 경험 많은 고참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생긴 좋은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누구보다 박병호의 KT 입단을 반겼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키움에서 함께 뛰었던 사이. 유한준은 "내가 알고 있는 (박)병호는 정말 성실한 선수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해내려는 책임감이 크다. KT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가 자신의 대체자로 언급되고 있는 점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 유한준은 "나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잘해줄 선수"라며 다시 한번 박병호를 치켜세웠다. 유한준은 지난해 11월 은퇴를 발표한 후 "KT에는 나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려줄 지명타자가 필요하다. 그게 팀이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2018시즌 이후 20홈런 이상 기록하지 못했다. 박병호는 지난 2년(2020~2021) 연속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치며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는 현상)를 의심받았지만, 홈런만큼은 매년 20개 이상 때려냈다. 유한준은 박병호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았다. 박병호가 타율 0.280 홈런 33개를 기록한 2019시즌 성적을 다시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유일한 당부는 멘털 관리. 유한준은 "병호가 너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길 바란다. 지금처럼 야구를 해도 분명히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처럼 유한준도 새해에는 프런트로 새 출발 한다. 이미 새해 첫 근무일(3일)부터 업무를 익히고 있다. 유한준은 "30년 동안 그라운드에서만 야구를 했다. 전혀 다른 야구를 배우고 있다. 이왕 할 거면 잘하고 싶고,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막 배우고 있는 단계다. 데이터 기획팀과 운영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고 공부하고 있다. 구단 직원들이 정말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한준은 다음 달 부산 기장군에서 열리는 KT의 스프링캠프 현장에 파견돼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든든한 조력자로 KT의 2연패를 지원한다. 유한준이 분석한 데이터를 박병호가 활용할 날도 멀지 않았다. 안희수 기자 2022.01.13 13:59
야구

'세 번째 이적' 박병호 "KT행은 마지막 도전"

박병호(36·KT 위즈)가 명예 회복을 선언했다. 그는 "야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겨울 스토브리그 가장 큰 특징은 각 팀 간판타자들의 연쇄 이동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해민, 박건우, 나성범, 손아섭이 차례로 입단했던 팀을 떠났다. 키움 히어로즈를 대표하던 박병호도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지난달 29일 KT와 기간 3년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는 2연패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장타력을 보강했다. 홈런왕만 5차례 차지한 박병호는 최근 2년(2020~2021) 동안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치며 기량이 저하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KT는 그가 2022시즌도 20홈런 이상 때려줄 것으로 판단했다. 박병호의 원소속팀인 키움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2021년 선수 연봉의 150%) 22억 5000만원까지 감수했다. 이적을 발판 삼아 기량을 꽃피운 선수가 많다. 다름 아닌 박병호가 그랬다. 2005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받으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은 박병호는 LG 소속으로 뛴 6년(2005~2010) 동안 24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넥센(현재 키움) 유니폼을 입은 후 리그 대표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박병호도 "처음 넥센으로 이적할 때 나이는 25살로 어렸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당시 심경에 대해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박병호는 2015년 12월,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기간 4+1년·총액 1800만 달러)했다. 프로 데뷔 두 번째 이적이었다. 빅리그 도전은 명백한 실패였다. 2016시즌은 MLB에서 타율 0.191 12홈런에 그쳤고, 2017시즌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박병호는 실패한 경험도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 무대에서 비록 부진했지만, 모든 야구 선수가 밟아보길 바라는 무대를 밟았다. 새 환경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설렘이 컸다. 배움도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KBO리그로 복귀한 박병호는 2018시즌 43홈런을 때려내며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보여줬다. 공인구 반발 계수가 낮아지며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 2019시즌도 홈런왕(33개)에 올랐다. 박병호는 올해 만 서른 여섯살이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2시즌(2020~21)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 KT 이적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박병호는 "이전 2년 동안 남긴 성적은 분명히 실망스러웠다. 변명할 수 없다"라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인정했다. 그래서 더 독기를 품었다. 개인 세 번째 이적에 대해 "이렇게 안 좋은 모습으로 끝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새로운 팀,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 이제 선수 생활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데, 그 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KT의 주전 지명타자이자 팀 리더 역할을 맡았던 유한준의 은퇴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박병호는 "KT에는 유한준 선배뿐 아니라 경험 많은 고참급 선수들이 많다. '내가 반드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생긴 좋은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선배가 될 생각이다. 박병호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KT 젊은 선수들에게 보여주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적할 때마다 터닝 포인트를 만든 박병호가 2022년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안희수 기자 2022.01.04 08:05
야구

“백호야 홈런 50개 쳐라” “선배님은 내년에도 MVP”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는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8년 만에 리그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원팀(one team)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KT 챔피언 등극의 두 주역 박경수(37)와 강백호(22)를 만나 뜨거웠던 2021년 레이스를 돌아봤다. 강백호는 정규시즌 타격 5개(타율·안타·타점·장타율·출루율)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경수는 지난달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환상적인 호수비와 결정적인 홈런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 선수는 서로의 퍼포먼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2022년 KT를 다시 통합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Q.2021년에 두 선수 모두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박경수(이하 박)=입단 19년 차에 기적이 찾아왔다. 나는 애써 (우승) 여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강백호(이하 강)=아직도 축하를 받고 있다. (우승 경험이 많은) 두산 선배 몇 명이 ‘우승 처음 해보느냐’라며 농담하더라. 처음이기에 너무 좋았다. 절친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형이 가장 많이 부러워했다. Q. 박 선수는 역대 KS 최고령 MVP에 선정됐다. 박=내가 정말 수상할 자격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3차전에서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상을 받을 만한) 스토리가 생긴 덕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MVP는 KT팬과 ‘팀 KT’다.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다. 강=2021년 KS는 (박)경수 선배님이 단연 최고였다. 우리는 2022년에도 통합 우승을 노릴 것이다. 선배님이 2년 연속 KS MVP를 수상하도록 지원하겠다. (역대 KS MVP를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김용수·이종범·정민태·오승환·양의지 5명이다.) 박=정말 도전하고 싶다. 레전드 선배들과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강)백호가 내년에도 MVP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KT의 2년 연속 통합 우승도 가능하다. (강백호는 2021 KBO 시상식 MVP 투표에서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이정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강=MVP나 타격왕은 개인의 능력으로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많아도 해내기 어렵다. 올해 우승은 KT가 해냈고, 정규시즌 MVP를 받은 선수도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다. 박=백호는 15년 이상 더 야구를 할 선수다. 우승을 또 할 수 있고, MVP 수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리 다친 박경수와 영화 같은 세리머니 KT의 우승 직후 장면은 마치 영화 같았다.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 모인 KT 선수들이 벤치에 있던 박경수와 유한준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짓했다. 다리 부상 중이었던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유한준의 부축을 받은 채 느리지만, 힘차게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Q. KT 세리머니가 큰 화제였다. 박=다리가 아픈 상태여서 내가 세리머니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한준이 형이 나와 함께 더그아웃에 함께 있어 줬는데,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너희가 잘해서 형들한테 우승을 안겨줬는데, 왜 또 우리를 주목받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동받았다. 강=경기 전부터 주장 (황)재균이 형이 ‘두 선배가 오시면 그때부터 제대로 세리머니를 하자’고 당부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목발 짚고 오시는 경수 선배님 뒤로 KT팬이 환호하는 모습이 펼쳐졌고, 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 순간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Q. 눈물을 감추지 못하더라. 박=KS 4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한준이 형이 어깨를 툭 치면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그 순간부터 눈물이 나왔다. KT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하위권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그런 시간을 딛고 해낸 우승이었기에 더 눈물이 났다. KT팬에게 ‘우승팀 팬’이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강=나도 입단 첫해(2018년) 9위를 경험했다. 당시 멤버들이 함께 성장해 우승까지 해낸 점이 너무 좋았다. 또 KT 팬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했다. 감격했다. 그동안 분해서 울어본 적은 있지만, 행복해서 눈물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껌 씹은 강백호, 많이 배운 한해 강백호는 KT가 82경기를 치를 때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9월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8월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역전패를 앞둔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후 야구팬에 큰 비난을 받았다. Q. 강 선수는 롤러코스터 같은 2021년을 보냈다. 강=더 잘하고 싶어서 (타격) 변화를 자주 시도한 게 독이 됐다.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다.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도 인정한다. 많이 배웠다. 야구팬과 야구계 선배님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다.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겠다. 박=당시 올림픽에서 돌아온 백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슈가 너무 커졌다. 그래도 잘 이겨내더라. 백호는 한국 야구에 꼭 필요한 선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Q. ‘맏형’ 유한준의 은퇴로 KT가 새 출발선에 섰다. 박=많이 의지했던 형이다. 통합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은퇴하셔서 다행이다. 나는 조금 외로워질 것 같다. 후배들과 한준이 형의 공백을 잘 메워보겠다. 강=좋은 야구 선수의 교본 같은 선배였다. 멋있는 뒷모습을 보여주셨다. 나는 (은퇴를) 축하드리고 싶다. 리더는 너무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어떻게 경수 선배님을 도울지 많이 고민하겠다. Q. 2022년 목표를 전한다면. 강=당연히 KT의 2연패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보다 더 잘하는 거다. 매년 ‘나를 뛰어넘자’는 목표를 세운다. 2022년에는 30홈런 이상 치고 싶다. 박=백호는 아직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았다. 4할 타율과 홈런 40~50개를 칠 수 있는 선수다. 난 다른 바람이 없다. 오로지 KT의 두 번째 통합 우승이 목표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하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31 08:56
야구

장성우, KT와 4년 더 동행...총액 42억원에 FA 계약

자유계약선수(FA) 포수 장성우(31)가 KT 위즈와 4년 더 동행한다. KT 구단은 20일 오후 "장성우와 기간 4년, 총액 42억원(계약금 18억원·연봉 20억원·옵션 4억원)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장성우는 그동안 에이전트 없이 직접 구단 실무진과 협상을 진행했다. 난기류를 거치기도 했지만 결국 계약이 잘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이숭용 KT 단장은 "올해 KT 통합 우승 주역인 장성우와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팀 중심이 돼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장성우는 고교(경남고)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였다. 블로킹과 송구 등 기본기가 탄탄하고, 힘까지 갖춘 포수로 평가받았다. 2008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역 연고 팀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다. 롯데에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버티고 있었다. 장성우는 출전 기회가 적었다. 그사이 병역 의무를 마친 장성우는 2015년 5월 KT로 트레이드되며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주전 포수가 필요했던 KT는 당시 팀 최고 유망주 투수였던 박세웅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장성우는 2015년 데뷔 처음으로 800이닝 이상 안방을 지키며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했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후에는 유한준(은퇴), 박경수, 황재균과 함께 팀을 이끌어가는 '주축' 선수로 인정받았다. 안방에서는 KT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은 "장성우 선배님의 투수 리드만 따라간 덕분에 데뷔 시즌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했다.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21번 해낸 고영표는 "구종 선택은 그냥 (장)성우 형한테 맡긴다"라며 치켜세웠다. 이강철 감독도 "장성우가 없었다면 우리 팀 투수들이 이토록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타석에서는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최근 2년(2020~2021)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결승타만 10개를 기록하며 클러치 능력도 과시했다. 어느새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장성우는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데뷔 14년 만에 얻은 FA 계약 기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성우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KT는 내 프로 생활에 있어 전환점을 마련해준 구단이다. 늘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2022시즌도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희수 기자 2021.12.20 15:09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